외할머니께서는 명절 때마다 친척들과 고스톱을 즐기신다. 

외할머니의 영향인지 외할머니댁에 다녀온 후, 엄마께서 고스톱을 제안하셨다. 

 

플레이어(player)는 아빠, 엄마, 나, 동생.

고스톱은 3명이서 치는 거라고 해서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광 팔기'를 했다. 

'광 팔기'란 말 그대로 광을 파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4명 이상일 때 진행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패를 돌리고 가장 먼저 시작하는 사람의 오른쪽에 앉은 사람 순서대로 광팔기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의 패 중에서 '광', 즉 '그림 하단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패'가 있을 때

 '(광 갯수) X (정한 금액)'만큼 각각의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게임에서 빠지는 것이다. 

이때 게임에 참여하고 싶으면 안 팔아도 되고, 앞사람이 광팔기를 하면 뒷사람은 광팔기 기회가 없다.  

 

오늘은 점당 10원 내기였다. 

광팔기에서는 광 한 개에 20원으로 팔기로 했다. 

 

예전에 중학교 때 스마트폰 앱으로 고스톱을 친 적이 있어

룰이 금방금방 이해가 갔다. 

그래도 엄청 오래전 일이라 거의 까먹어서 아빠의 설명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게임을 열 판 넘게 했는데 

주로 승자는 아빠였다. 

초반에 게임을 하기만 하면 지던 동생은 주로 광팔기를 했다. 

 

그런데 게임을 잘하다가 아주 성질나는 일이 하나 생겼다. 

그 이야기를 풀면 다음과 같다. 

 

패를 받았을 때 똑같은 그림을 3장 가지고 있으면 '흔들기'를 할 수 있다. 

흔들기를 하면 돈을 2배로 받을 수 있다. 

 

그때 나는 운 좋게도 흔들기를 할 수 있었다. 

'아싸~ 2배~돈 좀 벌어보자~ㅋㅋ'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 게임을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진짜 돈을 많이 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아빠는 피박에 광박 (간단히 말해서 '피박'은 피가 모자란 것. '광박'은 광이 없는 것)

엄마도 피박 

내 점수는 8점

(그 당시 너무 흥분해서 피박인지 광박인지 헷갈린다. 사실 내 점수도 기억이 잘 안난다.ㅎㅎ)

아무튼 '흔들기'까지 해서 돈을 4배 이상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당연히 '스톱'을 하였고 부자 될 생각에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아빠께서 진지한 표정으로 

"go 하는 게 이득일 텐데~ go하지."

이렇게 계속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아빠의 장난과 진담을 구별하지 못한다. 

아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아빠께서는 진짜 장난을 진지하게 치신다. 

무슨 장난을 전문가들이 청와대에서 브리핑하듯이 치신다!!!

 

아빠의 꾐에 빠져버린 나는 go를 외쳤고 

아빠께서는 엄마께서 '초단'하게 패를 달라고 하셔서

결국 엄마의 도움을 받아 3점을 내고  stop을 외치셨다. 

 

나 참나,,,

아빠 왈,

"도박에 아빠가 어딨니~ㅎㅎ"

 

하하하...

결국 나는 '고박'을 당했다.

(내가 go를 외쳤는데 다른 사람이 점수를 내면 내가 독박으로 돈을 다 물어내야 하는 것)

점당 10원 내기에 240원을 아빠께 드렸다. 

 

하하하하...(웃는 게 일류다...)

 

아빠께서 동생을 봐주시는 모습을 보고 

나에게도 선을 베풀 것이라 믿은 내가 잘못이요,

아빠의 거짓말에 넘어간 내가 또 잘못이었다. 

 

나는 그동안 나의 삶을 반성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항상 아빠께 여쭤보았던 나. (하지만 참고만 할 뿐 내가 결정을 내리곤 했지ㅋㅋ)

아빠가 제일이라며 아빠의 의견을 묻던 나.

이렇게 아빠 의존증을 앓고 있던 나. (ㅋㅋ 아빠 의존증이라고 말하니 무슨 병 이름 같다...) 

아빠께서는 자식에게 항상 진실된 말씀만 하신다고 너무 믿고 있었구나.

반성한다.

아빠의 의견을 100% 신뢰하면 안되겠군!!ㅎㅎ

.

.

.

그렇게 나는 고스톱으로 아빠 의존증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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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아빠께서는 총 1900원을 따셨다. 

그리고 쿨하게 "엄마 다 가져~"를 시전 하시고

아빠께서 피자를 쏘신다고 하셨다.

(멋진 우리 아빠!!

이러니 내게 사기를 치셔도 욕을 할 수가 없다.ㅋㅋ) 

 

안타깝게도 우리 집이 자주 시켜 먹는 피자가게가 문을 닫아서

피자는 다음에 먹기로 하였다. 

 

아빠의 모습에

도박은 과정도 즐겁지만 뒷마무리도 즐거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아빠 의존증은 벗어났지만

아빠 앓이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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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5월26일에 수정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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